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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

[She Did It] #102 오채운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조회수435 작성일2024.11.04

<SHE DID IT>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방향을 연구하다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오채운 책임연구원

 

국가녹색기술연구소의 연구부서 중 하나인 국가기후기술협력센터 책임연구원.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국제제도 전문가로, 기후변화와 기후기술 관련 국제 제도 및 정책을 연구한다. 이를 통해 국가적 차원의 대응과 적응을 지원하고 있다.

 


 

오채운 연구원은 기후변화 관련 국제 협상 및 협의 석상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실무진 중 하나다. 학부(고려대)에서는 영문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일본 와세다대)에서는 국제관계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국제무대에서의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 정부대표단 기술의제 협상(2015~2021)’에 참여한 데 이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PCC) 정부대표단(2022)’, ‘기상청 IPCC 국내 대응협의회 제3실무그룹 전문위원회 위원(2020~현재)’ 등으로 활동 중이다. 2018년에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선정한 ‘차세대 젊은 과학자(Y-KAST)’에도 이름을 올렸다. 저서로 2022년 펴낸 <국제 다자협상의 이해와 실무>가 있다. 

 

 

Q.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협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양한 국제제도가 있지만, 가장 잘 알려진 국제제도는 바로 ‘파리협정’입니다. 2015년, 파리에서 모인 195개 유엔 회원국들이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인 2도씨 이하로 제한하고, 더 나아가 1.5도씨 이하로 낮추기 위해 노력하자’고 결의했죠. 이를 위해 파리협정 당사국들은 5년마다 자체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행동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제출해야 해요. 우리나라는 2020년에, ‘온실가스를 2018년 배출량 기준 2030년까지40% 감축한다’는 목표를 수립했습니다. 

 

 

Q. 지구 온도가 1.5도씨 이상 오르면 어떤 현상이 생기나요?

 


 

폭염, 해수면 상승, 빙하 후퇴, 홍수, 화재, 가뭄 등 다양한 자연재해가 발생합니다.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물을 비롯해 식량 생산, 건강, 주거지역, 생태계 등이 모두 영향을 받게 되죠. 작년에 발간된 IPCC(기후 변화 관련 정부 간 협의체) 제6차 평가보고서를 보면 당초 2100년 경으로 설정한 1.5도씨 지구 온난화 제한 목표가 2040년 안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해요. 그런데 이 수치는 각국이 2020년에 수립한 목표를 지속적으로 이행한다는 전제 하에 도출된 것이기 때문에 무척 심각한 상황입니다.    

 

 

Q. 기후위기에서 ‘적응’을 다루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현상을 실제 경험하고 체감하게 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필요가 생긴 거죠.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관리,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 및 예측, 기후변화 취약계층 보호, 생물다양성 확보 노력 등이 모두 ‘적응’ 활동에 포함됩니다. 또 하나, 산업시설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보다 적응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되겠죠. 그래서 요즘은 국제사회에서도 이들 국가에 대한 ‘적응’ 지원을 중요한 목표로 수립하고 있어요. 

 

 

Q.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은 없나요?

 


 

태양광, 풍력, 수소, 바이오에너지, 이산화탄소 포집∙할용 기술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한 분야는 직접공기포집(DAC, direct air capture) 기술이에요. 이 기술은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집적 포집하는 공학적 기술로,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이후 지중 등에 저장하거나 다른 새로운 물질로 전환 기술이에요. 저는 이 획기적인 기술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관심이 별로 없는 게 안타깝기도 하고 저 스스로도 흥미가 생겨 연구를 시작했어요. 다행히 작년부터 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3년에 걸친 연구 성과가 빛을 보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Q. 이 분야에 몸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 시절, 『달의 아이』라는 만화와 『히로시마 노트』라는 책을 읽으면서 원자력 안전 분야에 호기심이 생겨서,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입사했어요. 7년간 일하면서 좀 더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또 『나의 지구를 지켜줘』라는 만화를 보면서 환경 분야로 관심이 더 넓어져서, 일본 유학을 갔어요. 제 지도교수님께서 환경 분야의 개발학 및 경제학을 연구하시고 특히 제도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하셔서, 자연스럽게 저도 기후변화의 국제·지역 레벨의 제도 연구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었죠. 

 

 

Q. 자신의 관심사를 따라 길을 잘 만들어온 것 같아요 

 


 

20대 중반에 일을 시작했으니, 어느새 20년이 지났어요.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꿈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간 것 같지만 실은 너무 막막했어요. 주변에 이런 일을 하는 지인들이 없었고, 첫 직장이었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공학 기반의 기관이었기 때문에 문과 출신인 제게는 장벽이 많았죠. 그래서 ‘공부를 더 해 보자’는 마음으로 진학한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에서 기적처럼, 인생의 멘토를 만났어요. 지금은 작고하신 김기원 교수님이라는 분인데, 제가 쓴 소논문을 보시고는 ‘학자로서의 자질이 보인다’며 공부를 권하셨어요. 내 꿈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살던 그때, 인생의 방향을 말씀해주시고, 유학을 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고, 전공 선택과 연구자로서의 자세와 태도에 대한 조언도 많이 해 주셨어요. 제가 지금 이 길을 가고 있는 건 모두 교수님 덕분이에요. 제 인생의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어느새 일을 시작한지 20년이 지났어요.

지난 시간 동안 꿈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간 것 같지만 막막한 순간들이 많았죠.

주변에 같은 일을 하는 지인들이 없었고, 첫 직장이었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는 

문과 출신으로 일하기에 장벽이 많았죠.‘공부를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진학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에서 은사님을 만났죠. 

김기원 교수님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

 

 

​Q. 이공계 출신이 아니라 겪는 어려움이 있나요?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웃음), 저는 제도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공계에서 요구하는 신기술의 ‘기술적 특성’이 아니라 그 신기술에 대한 실증과 활용을 촉진할 수 이는 제도를 연구해요. 좋은 기술을 어떻게, 널리 사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죠. 해당 분야 전문가들도 함께 연구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요. ​기후위기 연구는 매우 다학제적인 분야라 이 과정에서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공동 연구가 많아요.    

 

 

Q. 여성 연구원으로서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여성의 경우 공감 능력이 크다고 하잖아요. 공감 능력은 상상력과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확장된 상상력을 갖게 될 때 타인의 문제가 나의 문제가 되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때로는 직접적이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게 되죠. 연구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열린 사고와 확장된 상상력인데, 여성 연구자들은 이미 그런 능력을 상당 부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의 공감 능력이 상상력과 연결되어 

연구에서 활용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상상력을 통해 타인의 문제가 나의 문제가 되고,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때로는 

직접적이지 않은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게 되죠. 

연구에 꼭 필요한 요소인데 여성 연구자들은 

이미 그런 능력을 상당 부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Q. 연구를 하며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파리협정 이후 탄소 시장 동향이나 대응방안 등에 대한 연구 수요가 많았어요. 대기업들은 컨설팅 업체를 통해 대응책을 찾고, 전략을 마련하는 게 비교적 수월했지만 경제적인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상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죠. 그래서 업무 상 꼭 해야 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제 시간을 투자해 탄소시장 핵심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 형식의 책자를 만들었어요. ‘마땅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막막한 상황에서, 그 책이 큰 도움이 됐다’는 감사 인사를 많은 분에게 들었어요. 저는 제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 기분이 좋아요. 이런 게 연구의 보람이자 즐거움인 것 같아요. 

 

 

그에게는 ‘공공기관의 연구자’라는 사명감이 있다. 이산화탄소 직접공기포집(DAC) 기술에 대한 정책 연구도, 이 혁신적인 기술이 잘 활용된다면 온실가스 감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3년이라는 시간을 기꺼이 연구에 바쳤다. 최근 사업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그의 연구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어떤 연구자가 되고 싶은지 물었을 때, 그는 자신을 이 길로 이끌어준 스승의 당부를 대답 대신 들려 주었다. ‘어떤 연구를 할 때, 이것이 왜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연구가 세상에 어떤 도움이 될지를 항상 생각하라’는. 그 한 마디가 삶의 이정표가 되었다. 그의 연구가 세상을, 사람을 향하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