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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시장 전망
#여성과학기술인#STEM#이차전지#사용후배터리#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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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2-11
[전문가 칼럼]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시장 전망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고자 노력하면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에서 사용 후 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사용 후 배터리 관련 산업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폐배터리 발생 증가
2015년 11월 파리에서 개최된 기후변화국제회의(COP21)에서 195개 국가는 온실가스 배출을 더 이상 통제하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파리기후협약을 탄생시켰다. 협약을 통해 각 국가는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해야 하는 의무를 졌고, 우리나라 역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실행하는 대표적인 이행방법은 수송과 발전 분야에서 전기자동차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해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것이다.
'문제는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에 따라 발생하는 폐배터리'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부터 전기차 보급을 추진했으며, 현재는 연간 1000대 수준의 전기차에서 폐배터리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폐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전기차 보급 선진국들은 폐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태양광 가로등, 전동카트 등에 대한 기술개발을 추진해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인 4R에너지는 전기차 제조사인 닛산과 이차전지 재활용기업인 스미토모가 합작해서 만든 기업이다(4R은 재판매(Resell), 재사용(Reuse), 재제조(Refabrication), 재활용(Recycle)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자동차 제조사, 배터리 제조사뿐만 아니라 자동차회사의 사내벤처로 출발한 포엔, 폐차장에서 시작된 굿바이카 등의 연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발생전망>
ⓒ 한국전지산업협회
2019년 4월에 발표된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시장은 2030년 250GWh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프로스트&설리번의 자료에 따르면, 2030년 재사용 관련 용량은 97GWh, 재활용 용량은 60GWh 수준으로 예상되며, IDTechex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사용 후 배터리 용량은 275GWh로 예측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1년 4월 보고서에서 2020년 4%였던 순수 전기차의 시장점유율(전체 자동차 대비)이 2025년 최대 17%, 2030년 최대 34%까지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전기자동차 판매 증가는 고스란히 폐배터리 발생 증가로 이어지고, 이런 환경에서 각광받을 수 있는 산업이 바로 사용 후 배터리 재사용, 재제조, 재활용 분야이다.
|폐배터리의 재사용, 재제조, 재활용은 어떻게 다른가?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기술은 전기차에서 사용이 종료된 배터리를 대상으로 잔존가치를 평가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재사용, 재제조, 재활용으로 구분하는 기술이다. 재사용은 사고에 의해 전기차로부터 떼어내거나, 수명이 종료됐지만 상태가 초기성능과 동일한 수준인 배터리를 다시 전기차에 사용하거나 팩 그대로 에너지저장장치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해체, 재조립 등의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며, 전기자동차 팩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미국의 GM, 일본의 4R에너지 등에서 실증을 추진했는데, 가장 먼저 기술개발이 이뤄진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 GM & Sumitomo Corp.
▲미국 GM은 하이브리드카 사용 후 배터리(왼쪽)를 이용해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고,
일본 스키모토는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오른쪽)를 이용해 전력관리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재제조는 팩을 모듈 단위로 해체하고 모듈 단위로 성능, 안전성 평가를 거쳐 새로운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연결해 모듈 단위의 시스템을 제작하는 것이다. 캠핑용, 무정전 전원공급 장치(UPS), 태양광 가로등, 골프 카트, 농사용 기기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 1kWh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배터리를 대상으로 기술개발 및 실증이 추진됐다. 휴대용 파워뱅크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적용 범위를 전기 이륜차, 농사용 카트, 전기선박, 통신용 UPS 등으로 확대 개발되고 있다.
재활용은 배터리로 다시 사용이 불가한 경우 해체, 파쇄, 연소 등 공정을 거쳐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희토류 금속을 회수하는 기술이다. 건식, 습식, 다이렉트 등의 방법을 통해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금속 소재를 추출하는 것을 재활용이라고 한다.
| 사용 후 배터리의 국내 현황
사용 후 배터리는 2016년 제주테크노파크에서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가 위원회가 제작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자원화 매뉴얼 제작 및 표준화’ 보고서를 통해 상용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를 토대로 2017년 제주부터 국내 최초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를 시험·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추진했으며, 사용 후 배터리 성능평가 방법, 응용제품 적용에 대한 기술적 발전을 선도했다.
2016년 국내 최초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 기술개발 사업이 추진됐으며,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 개발 차량에서 사용한 배터리를 활용한 250kWh 에너지저장장치 기술개발과 실증사업을 통해 국내 최초의 사용 후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가 개발되어 설치·운영 중이다. 남산에서 운영한 전기버스의 배터리와 신규 배터리를 조합한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이 서울 드림센터에 설치되어 운영 중이며, 2019년 제주에서는 BMW i3 전기차의 배터리 팩 교체모델을 통해 에너지저장장치를 제작하고 전기차 충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치됐다가 최근에 철거됐다.
그동안 배터리를 활용한 응용제품은 소형기기에서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로 적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지만, 리튬이차전지의 경우 아직 가격이 높아 쉽게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런 분야를 대상으로 사용 후 배터리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전동카트, 전동휠체어, 농사용 이동기기, 전기어선처럼 화석연료 기반에서 친환경 배터리방식으로 탈바꿈하는 제품이다. 이처럼 화석연료 활용 제품이 전동제품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저렴한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한 제품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순환경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시작
2021년 유럽연합은 제품생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제조자가 공개해야 하는 규정을 만들어서 2024년부터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결국 제품생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제품판매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는 환경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주목해야 할 분야가 재사용·재제조 분야다. 1차 사용을 마친 폐배터리, 즉 사용 후 배터리의 재사용, 재제조는 추가적인 온실가스 발생이 없는 분야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가 지구온난화 대응, 탄소중립, 순환경제 구축 등을 추진하면서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한 응용 분야는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폐배터리의 재사용, 재제조, 재활용>
ⓒ 한국전지산업협회
앞으로 제품의 생산과 소비는 온실가스 발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이런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술이 재사용·재제조이다. 제품생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소비자 선택의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온실가스 발생을 최소화하며 제작된 제품은 소비자 입장에서 친환경 제품으로 인식될 수 있으면, 관련 제품에 대한 수요가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렇게 사용 후 배터리 활용 분야가 확대되는 환경에서 필요한 사항은 사용 후 배터리를 정확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의 검증체계 및 소비자 보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소비자 보호는 사용 후 배터리 산업을 지탱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현재 미흡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전지산업협회는 사용 후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지역 단위 실증 및 제품 활용을 확대하고 향후 관련 분야에 대한 국가적 지원프로그램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그 첫 번째 도전이 전남에서 올해 4월 추진할 예정인 ‘사용 후 배터리 얼라이언스’다. 이와 같은 민관협력을 통해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한 응용제품, 사업화 모델 등을 발굴한다. 이런 얼라이언스는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사업화를 하고자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에 구축 중인 ‘사용 후 배터리 리사이클링 센터’는 전국적으로 가장 먼저 상용화가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인데, 향후 전국적인 모델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사용 후 배터리는 전 세계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고 순환경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시작'
이런 새로운 기술과 환경이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과 지자체, 민간전문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글_김유탁 한국전지산업협회 연구기획팀 팀장,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