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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의료AI를 품은 디지털 헬스케어
#여성과학기술인#디지털헬스케어#의료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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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3-05-26
[전문가칼럼] 의료AI를 품은 디지털 헬스케어
팬데믹 이후 보건의료의 디지털화는 자연히 가속되고 있으며, 의료데이터 분석 및 활용이 용이해지면서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AI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 사례는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가 각광받는 시대에, 디지털 헬스케어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의료AI 관점에서 살펴보자. |
1)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현재 큰 이슈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그 정체성을 점점 다져가는 중이다. 건강 관련 서비스와 의료 IT가 융합된 종합 의료 서비스라는 큰 틀은 있지만,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는 아직 많이 열려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러 병원과 기업들이 도전적인 시도를 하고 있으며, 그 중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임상 현장의 의료 데이터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연결하고, 정보 노출 등의 보안 위험없이 모델에 학습시키는 일이다. 그러한 과정은 가명 의료데이터 처리기술, 디지털 치료제 기술, 스마트헬스케어 기술, 의료AI 기술 등 다양한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이슈는 결국 어떻게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인데,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거대 AI 모델의 파장이 매우 크다. 실제로 병원에서 텍스트 데이터를 상당히 많이 다룬다. 따라서 대학병원과 의과대학에서는 관련 기술을 어떻게 도입하고 제한해야 하는가 하는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의료진이 검진, 판독 등을 통해 만들어낸 텍스트를 AI가 처리하고, 의미있는 정보를 추출해 정리하는 것은 이미 그 효용을 인정받고 있으며, CT나 MRI 등의 의료영상을 판독해 결과 텍스트를 생성하거나 의료 현장에서 오가는 대화를 텍스트로 정리해주는 멀티모달 기술도 글로벌하게 연구가 진행중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현재 잠재력은 있지만 아직 완전하게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는 AI 모델을, 어떻게 안전하게 의료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2)해당 이슈가 화두가 된 이유가 있다면?
디지털 헬스케어 중 가장 활발하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의료기기 분야를 살펴보면, 국내의 경우 선발 주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성과들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는 약 140건에 이른다.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는 약 140건에 이른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2022). ‘식약처, 인공지능 의료기기 국제적 규제조화 선도에 박차’)
해당 의료기기들은 대부분 기계학습 가능 의료기기(Machine Learning-enabled Medical Devices, MLMD)로, 아래와 같이 의료진이 환자의 의료정보를 입력하면 소프트웨어에 의해 질병의 특징을 도출, 진단 결과를 출력값으로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해당 결과값들은 실제로 의료진의 진단 보조에 활용될 수 있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2022). ‘식약처, 인공지능 의료기기 국제적 규제조화 선도에 박차’)
3)해당 이슈와 관련하여, 개발 중인 기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의료AI 중에서도 최근 가장 화두가 된 거대 언어 모델의 의료 적용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선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란 딥러닝을 포함한 기계학습의 원리를 이용해 텍스트의 구조와 의미를 파악하고 처리하는 AI 기술의 한 분야이다.
2022년 11월 말에 나온 OpenAI의 ChatGPT는 딥러닝 기반의 자연어 처리 기술 중 언어 생성 모델에 특화된 버전으로 오픈 도메인 챗봇이기 때문에 범용적으로 사용이 가능해 쓸모가 많다. 범용 사용이 가능하다보니 자연히 의료 분야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많아졌고, 보다 본격적으로 자연어 처리 방법론들이 의료에 활용되는 중이다.
(출처: SNUH벤처(2023), 주식회사 SNUH벤처의 자연어처리 기반 의료AI 플랫폼 예시)
우리 회사도 의생명연구원과 함께 의료AI를 실제 임상 현장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중 자연어 처리 관련 영역에서는 판독 소견서, 내시경 기록지 등 진로 기록텍스트에서 자동으로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해 의료진 및 병원 시스템의 필요에 맞게 정리하고, 의도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오류까지도 검출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의료진이 디지털 기록으로 임상 관련 정보를 입력할 때 러닝 기반으로 오입력을 검출할 수 있고, 다기관 연구의 경우 각 기관의 원본 데이터 유출 없이 딥러닝 학습을 통합적으로 진행 및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또한 다양한 기록지를 자동으로 분석해, 병리 결과와 매칭하고 오류로 의심되는 경우 해당 부분을 의료진이 빠르게 조회하고 수정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플랫폼 측면에서는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진의 전문 지식을 반영한 도메인 특화 언어 모델을 개발해, 어떠한 형태의 데이터 의뢰가 들어와도 매우 빠른 시간 안에 원하는 형태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최근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대화형 챗봇의 흐름에 발맞추어, 병원에서 누구나 손쉽게 의료 데이터를 가공 및 처리할 수 있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술도 집중적으로 연구 중이다.
4) 이 직종을 선택한 이유, 계기가 있었나?
서울대 대학원을 거쳐 KAIST 인공지능연구소 재직 당시 대화 모델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당시는 GPT-2가 나오기도 전이라 답변의 성능이 많이 부족했지만, 언어 모델이 점점 개선되는 그 놀라운 속도를 보면서 근미래에 인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 발전이 가능하다고 믿게 되었다.
당시 실버 케어 과제에 참여하면서 AI 기술이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영역 중 하나가 의료AI라고 확신한 뒤, 현재까지 쭉 AI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 몸담게 되었다. 실제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의료진 분들과 협력 연구를 하면서, 그 확신이 운좋게 맞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5)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의 진출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조언과, 필요 역량을 꼽자면?
가능하다면 우선 기본 도구가 되는 프로그래밍 경험을 어느 정도 갖추면 좋다. 현재 로우 코드 및 노 코드 플랫폼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코파일럿(GitHub Copilot)과 같이 AI 기반으로 사람의 코딩을 도와 개발 능력을 끌어올려줄 수 있는 도구들이 많으니, 입문자도 사실상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실력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신 기술을 따라가는데 있어 영어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좋은 언어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글로벌 흐름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수월하게 실력을 키워갈 수 있다.
또한 의료AI를 비롯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융합 학문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도메인에 관한 관심을 기반으로 한 열려있는 상상력이 창의적인 기술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여러 임상팀과의 협력 연구가 필수이기 때문에, 스마트한 소통능력도 적지 않게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의료 데이터의 경우 데이터 특성과 보안 문제 때문에 실질적으로 접해볼 수 있는 기관이 많지 않다. 따라서 의료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기관이나 프로젝트에 속해 연구 프로세스를 경험하거나, 일반적인 AI 프로그래밍 기술을 익힌 뒤 의료 특화형 기술로 발전시켜 나가는 방향 등이 방안이 될 수 있다.
(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2023), ‘키워드로 보는 2023년 국제의료 트렌드’)
6)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미래, 10년 후를 전망해 본다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앞으로도 가파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영역이다. 그 중에서도 자연어 처리를 비롯한 의료AI 파트는 대형 병원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거스를 수 없는 패러다임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의료AI 분야의 인력은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태로,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수 년 내 정부 주도로 의과대학-공과대학-병원이 협력한 형태의 의료 특화 인공지능 인재 양성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며 이는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이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할 것이다.
10년 후 디지털 헬스케어의 모습은, 환자 입장에서는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날 수 있도록, 의료진 입장에서는 과중한 업무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는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혁신 기술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글_김태훈 주식회사 SNUH벤처 메디컬AI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