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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인공지능 반도체: 맞춤형 시대를 대비하자
#AI반도체#칩간통신#여성과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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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4-09-11
이상헌 (주)디퍼아이 CEO: 인공지능 반도체; 맞춤형 시대를 대비하자
약력
2024년~현재 코스닥 엣지파운드리(주) CTO
2017년~현재 (주)디퍼아이 CEO
2012년~2016년 삼성테크윈(주) 책임연구원
2009년~2012년 (주)엠텍비젼 선임연구원
2005년~2009년 숭실대학교 전자공학과 박사
2016년경 인텔은 지난 50년간 반도체 산업을 이끌었던 무어의 법칙(Moore’s Law)을 폐기했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의 창립자 고든 무어(Gordon Moore)가 1965년에 “약 2년마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씩 늘어난다”라는 말에서 인용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알파고와 이세돌 간의 세기의 바둑 대전이 있었다. 이 두 이슈는 서로 연관성이 전혀 없는 독립된 이슈처럼 보이지만 약 8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현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절묘하게도 운명적인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현재 우리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사회적 핵심 키워드를 나열해 본다면 저출산, 고령화, 기후변화 등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키워드들이 가리키는 방향이 있다면 아마도 “저성장 또는 하락 사이클”이 아닐지 생각이 든다. 지난 100년 가까이 우리 인간은 엄청난 속도의 산업 발전을 이뤄왔고, 그의 부산물로 급격한 인구 증가를 경험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대량생산”이라는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 위주의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왔었다.
지난 50년간 그러한 흐름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 바로 “반도체 기술”이다. 반도체 기술은 10마이크로미터(um)에서 약 2년마다 2배씩 발전하면서 14나노미터(nm), 10nm, 7nm, 5nm 순으로 점점 미세화 공정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무어의 법칙은 이러한 미세공정 발전이 더 이상 기존만큼 경제적 효과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미세공정 개발에 투자되는 비용 대비 벌어들이는 효과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인구가 증가하게 되고 그에 따라 다양한 전자장치/부품/제품 등이 필요하게 되면서 반도체는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왔고 “산업의 쌀”이라는 호칭을 얻게 되었다. 문제는 우리가 닥친 미래가 지속 성장보다는 저성장에 가까운 하락 사이클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더불어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반도체의 수요는 점차 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가 필요한 이유는 전기 사용량과 같은 비용효율성 때문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전에서 당시 수천 개의 GPU와 CPU를 통한 비효율적 연산으로 인해 바둑 한 판에 들어가는 전기 비용이 약 300만 원 이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후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이 개발되면서 몇 달러 수준으로 낮출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인공지능 반도체는 인공지능 서비스의 비용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역할을 하므로 그 중요도가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단편적인 면으로 보면 인공지능 반도체가 인공지능 서비스의 효율화를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좀 더 파고 들어가면 복잡한 논리들이 숨어있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Open AI, 구글, 테슬라 등 글로벌 공룡 기업들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라고 할 만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결국 이들이 경쟁하는 것은 글로벌 패권을 쟁취하기 위함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표면적으로는 인간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좋은 기술로 보이지만 실상은 한번 주도권이 빼앗기면 나머지 기술들은 시장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특정 기업에서 인공지능 반도체가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기업들이 그 반도체를 활용하기보다는 그보다 더 나은 자기들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하려고 할 것이다. 비단 이 문제는 단순히 경쟁 때문만은 아니다. 또 다른 숨은 논리가 있다면 바로 “비표준화”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용자는 특화된 서비스를 요구하게 될 수밖에 없다. 즉, 특정 글로벌 기준을 따르는 표준화된 인공지능보다는 특정 사용자/산업군 등에 특화된 인공지능이 더 요구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도 기존 대량생산에 적합한 개발 방식에서 “다품종 소량” 시장에 특화된 방향으로 개발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즉, 하나의 칩이 설계되면 특정 응용 분야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응용에 널리 활용될 수 있는 구조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칩 인터페이스(interface)의 유연성이 상당히 중요하며, 칩 간 통신을 통해 동종/이종 칩 간의 확장성을 고려해야 한다.
칩간 통신 및 연결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화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MD는 Chiplet 기술을 통해 GPU, CPU, SRAM 등의 컴포넌트들을 패키지(package)할 때 die-to-die 기술로 칩을 연결하며, Apple은 M1 Pro 칩 두 개를 울트라퓨전(UltraFusion) 기술로 연결하여 M1 Ultra 칩으로 만든다. 이렇듯 반도체 기술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은 표준화되지 않은 각자의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AMD Chiplet
Apple UltraFusion
인공지능 반도체에서도 칩 간 통신을 활용해 응용확장을 할 수 있다면 고부가가치의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이 클라우드/서버에 구현되는 것보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바이스에 탑재되는 온디바이스/엣지 컴퓨팅 방향으로 기술/산업 발전이 되는 추세다. 하나의 반도체로 해결하지 못하는 복잡한 문제를 다수의 반도체를 활용하여 병렬 분산처리 구조가 가능한 하드웨어 설계가 가능하다.
디퍼아이의 X2X를 활용한 칩 간 통신
아래 그림은 다수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활용하여 고성능 처리가 가능한 인공지능 반도체 검사장비용 보드 예를 보여준다. 이러한 방식으로 응용에 필요한 만큼 확장이 가능하기 고부가가치 시장에 맞춤형 대응이 가능하여 time-to-market을 놓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엣지형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구현된 방식으로써 앞으로 스포츠, 반도체, 스마트팜과 같은 다양한 고부가가치 영역에 적용될 계획이다.
X2X기술로 4개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연결한 예
이러한 방식의 응용확장은 단순히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넘어 다양한 영역의 반도체에서도 변화가 요구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 반도체 설계 기술도 새로운 시대의 사이클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