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생각을 읽는 프로그램

뇌의 활동을 분석해 사람의 생각을 단어와 문장으로 옮길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시맨틱 디코더(Semantic Decoder)’라고 이름 붙여진 이 프로그램은 미래 전신마비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알렉스 휴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교수 연구팀은 사람의 뇌 활동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으로 분석해 문장으로 재구성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해 5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에 게재됐다.

기존 뇌 활동을 분석해 사람의 생각을 읽는 기술에는 탐침 등 침습적인 장치가 사용됐다. 수술을 통해 뇌에 전극을 삽입해 뇌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사람의 신체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정확한 문장을 구성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프로그램은 뇌에서 일어나는 생각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학습시킨다. 연구팀은 fMRI 기술을 통해 뇌가 특정 단어나 문장을 들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하고, 각 주제에 대한 뇌 활동 변화 지도를 만들었다. 훈련을 통해 완성한 뇌 활동 지도를 바탕으로 출력한 문장을 시험한 결과, 이 프로그램은 사람이 소리나 영상을 접했을 때 떠올리는 생각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사람이 생각하는 내용의 요지를 요약해서 전달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fMRI로 뇌 속에 담긴 인간을 보다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비치는 정보의 표상, 처리 등의 사건들을 ‘인지(cognition)’라고 한다. 뇌인지과학(Brain and Cognitive Sciences)’이란 뇌가 다양한 인지능력들을 어떻게 구현하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인지’란 단순히 물리적 정보를 습득하고 감각 정보로 처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 저장된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추론 능력, 다른 개체와 정보를 공유하고 교감하는 사회인지 능력까지 포함한다. fMRI의 보급은 뇌인지과학을 비롯한 인간의 뇌 기능 연구에 획기적으로 이바지했다. fMRI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인식하는지, 마음이란 무엇인지, 기억은 어떻게 저장되는지 등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시맨틱 디코더’ 개발에 사용된 fMRI는 무엇이며, MRI와 무엇이 다를까? 두 기술은 전용 장치를 통해 인체의 단면 사진 및 3차원 영상을 촬영하는 검사법이다. 김성기 IBS(기초과학연구원) 뇌과학이미징연구단 단장은 한 인터뷰에서 “원리는 같고 촬영법이 다르다”라고 전했다. 김 단장은 “MRI는 카메라와 같이 정지 영상을 얻으며, fMRI는 동영상 촬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fMRI는 머리를 스캔하면서 빨리 반복해서 여러 번 찍어서 변화를 계산한다.”라고 말했다. MRI는 뇌의 단면을 촬영해 종양이나 혹 같은 물질을 찾아낸다. 반면에 fMRI는 뇌를 연속적으로 촬영해 하나의 동영상으로 만든다. 이 동영상에서 자극에 따른 뇌 속 혈류량 변화 등을 감지할 수 있다.

정신적 활동, 감정적 변화, 운동, 감각, 지각 등으로 인하여 두뇌 특정 부위의 신경 활동이 증가하면 이 조직 내에 산소와 에너지의 요구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동맥으로부터 모세혈관으로 산소와 결합한 헤모글로빈을 많이 포함한 혈류가 일시적으로 증가한다. 혈액 속 산소 포화 정도의 변화는 곧 MRI 기계 안 환자의 생체에 형성된 자기장으로부터 오는 신호를 변화시킨다. 이 신호의 변화, blood oxygenation level dependent (BOLD) 신호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이 fMRI이다. 즉, 인간의 무의식을 담당하는 신경 활동을 뇌의 활성화 양상을 담긴 일련의 사진을 통해 관찰하는 것이다.

fMRI를 비롯한 MRI 기술은 인체 내재적 조영제(intrinsic contrast agent)를 이용하기 때문에 완전히 비침습적인 방법이다. 환자, 또는 참여자가 촬영 중에 움직이지 말라는 지시에 협조할 수 있는 상태라면 아동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

기능적 자기공명장치의 전망

<제공. UTS>

fMRI는 특정 자극을 포착해 내기까지 몇 초간 지연되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아주 짧은 문장이나 단어만 포착할 수 있었다. 인간이 일상생활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는 fMRI가 신호를 포착하는 동안 20개 이상 단어가 뒤섞여버려 그 의미를 해석하기 어렵고 오차도 컸다. 그 때문에 연속적인 언어를 파악하는 연구에서는 뇌에 직접적으로 기기를 심는 침습적 방법을 주로 썼다. 그러나 뇌에 기기를 심는 방법은 위험성으로 인해 뇌 손상으로 언어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나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정적으로 사용됐다.

최근에는 인체 적합성이 높은 침습적 생체 소재가 많이 개발되면서, 뇌에 직접 기기를 삽입하는 방식의 연구에 대한 안전성과 적용 범위가 크게 개선됐다. 국내에서도 나노섬유, 하이드로겔, 전도성 고분자 기반 전극 등 신소재를 활용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러한 신소재들은 신체 내부에 삽입된 후에도 염증 반응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fMRI는 의료분야뿐만 아니라 거짓말 탐지기나 뇌파 분석 기기 또한 휴대가 가능할 정도로 가볍고 기능이 세분화되고 있다. 뇌전도(EEG) 캡을 착용하기만 하면 뇌에서 생성되는 전기 신호를 분석해 텍스트로 도출하는 브레인지피티(BrainGPT), 뇌파를 분석해 집중력을 측정하고 번아웃을 방지하는 스마트 헤드셋 등이다. 법정에서도 fMRI에 기초한 거짓말 탐지기는 숨길 수 없는 무의식을 읽어낸다. 기술이 발전한다면 이전 DNA 검사와 같이 사법계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다. 신경과학은 범죄 행동과 뇌 사이의 연관성을 연구하여 범죄를 예측하고 예방하는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기사]

http://www.apple-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73160

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18209

https://news.zum.com/articles/90951946?cm=share_link&tm=1717136269229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903566.html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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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kna.org/upload/pdf/200105001.pdf

김재희.(2018).뇌영상 fMRI 데이터에 대한 통계적 분석. 한국데이터정보과학회지, 29(6), 1353-1363,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7568203

강은주.(2004).기억과 기능 자기공명영상 연구. Dementia and Neurocognitive Disorders. 2004; 3: 87-92

이인영.(2014). fMRI 증거의 법적 수용. 생명윤리포럼 제3권 제1호.

이상훈. 인지신경과학,‘마음 씀’과‘뇌 활동’의 연결. 

[참고문헌]

뇌활동 분석해 사람 생각 읽고 문장으로 옮기는 AI 등장:시멘틱디코더

https://biohealth.hongik.ac.kr/31/?q=YToy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zOjQ6InBhZ2UiO2k6MTt9&bmode=view&idx=15156689&t=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