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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양자 대도약 원년에 등장한 ‘K-양자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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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317 좋아요1 작성일2023-10-18

[기획] 양자 대도약 원년에 등장한 ‘K-양자컴퓨터’

100여 년 과학사가 ‘양자컴퓨터 혁명’으로 이어지려면

 

   

▲ IBM의 양자컴퓨터. ⓒIBM Research

 

 

  LK-99에 이어 다시 한 번 ‘과학’이 주식 시장을 흔들었다. 국내 연구진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양자컴퓨터 플랫폼을 개발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여파다. 지금까지 양자컴퓨터 시장은 유럽과 미국이 축적된 기초과학 연구를 토대로 분야를 선도해왔다. 다른 국가들은 후발주자로서 격차를 좁히기 위해 힘써왔다. 우리 정부 역시 양자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산 양자컴퓨터’ 개발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빠르면 5년 뒤,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양자컴퓨터가 세상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보어와 아인슈타인의 논쟁 100년 뒤 


  

 ▲ 닐스 보어(왼쪽)과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실체를 두고 오랜 논쟁을 펼쳤다. ⓒPxhere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오펜하이머>에는 오펜하이머의 스승인 닐스 보어가 등장한다. 닐스 보어는 양자역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1920년대 보어는 ‘천재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양자역학을 두고 거센 논쟁을 펼쳤다. 보어가 설명하는 양자역학을 아인슈타인은 성립될 수 없다고 비아냥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양자역학에는 일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많다. 어떤 물체를 관측하기 전까지 그 물체는 두 가지 이상의 상태로 존재하며, 관측하는 순간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상태는 붕괴한다는 게 양자역학의 기본 전제다. 한번쯤 들어봤을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 실험 역시 같은 내용이다. 하지만 10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세계 각국이 실체를 알기 어렵던 이 양자역학을 활용해 만든 기술을 상용화하겠다며 몇 조원씩 예산을 쏟아 붓는다.

 양자컴퓨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양자 중첩’‘양자 얽힘’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입자이면서 파동이다. 이 때문에 하나의 입자가 동시에 여러 개의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양자 중첩 특성이 나타난다. 한편, 양자 얽힘은 여러 개의 양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현상이다. 하나의 양자가 관측으로 확인되면, 다른 양자의 상태도 결정된다. 이러한 양자역학 원리가 종합적으로 들어간 기술이 양자컴퓨터다.

  양자컴퓨터는 ‘괴짜 과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의 물리학자 리차드 파인만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1982년 파인만은 양자를 정보의 저장단위로 사용하는 컴퓨터를 만들면 폭증하는 계산을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컴퓨터는 전기자 통하면 1, 통하지 않으면 0으로 표기하는 ‘비트’가 기본 연산단위다.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상태가 중첩돼 있는 큐비트(양자비트)를 기본 단위로 사용한다.

 양자컴퓨터와 기존 컴퓨터의 가장 큰 차이는 ‘병렬 계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가령, ‘f(x)=0(x는 1~100)’이라는 문제가 주어졌을 때 기존 컴퓨터는 1부터 100까지 숫자를 하나씩 넣으면서 답을 찾는다. 이와 달리 큐비트로 이뤄진 양자컴퓨터는 100개 숫자를 한꺼번에 집어넣어 동시다발적으로 계산해 답을 뽑아낸다.

  하지만 이 미시 입자를 원하는 상태로 유지하고, 조작하는 것은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어려웠다. 현재는 자기장 가운데 갇힌 이온이나, 극저온 환경의 초전도체 등 양자현상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발달해 양자 상태를 정보의 단위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K-큐비트’

 

▲ 지금까지 개발된 다양한 큐비트 플랫폼 비교. ⓒ기초과학연구원(IBS)

 

 

  지금까지 초전도접합, 이온트랩, 양자점, 양자위상상태 등을 이용한 다양한 큐비트가 제시됐다. 하지만 양자정보과학 분야의 역사가 짧은 만큼, 어떤 종류의 큐비트가 최선일지 현재로서는 답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큐비트의 집적도와 신뢰도 등 성능을 높이는 공학적 연구와 함께 기존 큐비트의 약점을 보완할 새로운 양자 플랫폼을 구현하는 기초과학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은 개별 원자 속 전자의 스핀을 큐비트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그 연구 결과를 6일 세계 최고 권위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원자는 전자, 양성자, 중성자로 구성된다. 모든 기본입자는 ‘스핀’을 가지고 있다. 스핀은 일종의 회전하는 작은 막대자석에 비유할 수 있는데, 스핀의 극(N극, S극)이 향하는 방향에 따라 0과 1의 값을 표현할 수 있다. 이 스핀을 큐비트로 활용한 것이다. 연구진은 3개의 원자를 이용한 ‘3큐비트 시스템’까지 구축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큐비트는 저마다 장단점이 있다. 구글과 IBM이 도입한 초전도 큐비트는 연산 속도가 빠르지만 ‘양자 결맞음’ 시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양자 결맞음은 양자가 같은 파동으로 움직이는 현상으로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좌우한다. 또 초전도 큐비트는 각 큐비트의 크기가 1㎟ 정도로 커 다수의 큐비트 구성에 제약이 있다. 초전도 큐비트와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이온트랩 큐비트는 원자의 이온을 큐비트로 활용하는 만큼, 이온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 개별 큐비트는 연산 속도가 빠르지만 2개 이상만 돼도 연산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 국내 연구진이 제시한 세상에서 가장 작은 큐비트 모식도. ⓒ기초과학연구원(IBS) 

 

 

  국내 연구진이 제시한 전자스핀 큐비트는 지금까지 개발된 큐비트 플랫폼 중 크기가 가장 작다. 이번 연구에서는 3개의 큐비트로 구성된 플랫폼 구현까지만 성공했지만, 이론적으로 계산했을 때 수백만 개의 큐비트로 구성해도 크기가 1㎟가 되지 않는다. 초전도체 등 특정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다양한 원자를 큐비트의 재료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장은 “전자스핀 큐비트는 아직 ‘기술’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했고, 앞으로 성능을 개선해나가는 추가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야 한다”면서도 “양자컴퓨터 분야 후발주자였던 한국이 신개념 양자컴퓨터 구현에 있어서는 선도주자로 앞장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3 대한민국 양자 과학 도약 원년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열린 ‘퀀텀코리아 2023’ 행사에서 양자 경제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양자 기술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10여 년이 지나면 퀀텀 경제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국가에서 여러분들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27일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퀀텀코리아 2023’ 행사에서 ‘양자과학기술 현재와 미래의 대화’ 세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3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양자 석학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나라 양자과학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그리고 이번 행사를 통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우리 퀀텀 과학 및 기술의 역량을 집중해서 창의적인 시너지가 나올 수 있도록 퀀텀 연구자들의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1월에는 양자 역학 분야 선두 대학인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를 찾아가 양자과학 석학들에게 ‘과외’를 받기도 했다.

 

▲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1월에는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에 방문해 양자역학 분야 석학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대통령실

 

  우리 정부는 양자과학 주요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2024년부터 8년간 996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양자과학기술 연구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올해 4월 신청한 상태다. 2031년까지 1000큐비트 급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겠다는 게 목표다. 퀀텀코리아 2023 행사에서는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략에는 우리나라 양자과학기술 및 산업의 ‘퀀텀 점프’를 실현해 양자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2035년까지 우리나라 양자과학기술 수준을 최선도국 대비 85%까지 끌어올리고, 양자핵심 인력을 2500명까지 양성해 나가기로 했다. 산업적으로도 양자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확대하고, 양자과학기술 공급 활용 기업도 1200개까지 육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스위스 순방 당시 양자석학과의 대화 내용을 반영해 양자과학기술에 대한 중장기 비전과 종합적인 발전전략을 담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전략이라는 의의가 크다.

  구글은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위한 여정을 6가지 로드맵으로 나눠 정리했다. 1단계인 ‘양자우월성’은 2019년 달성했다. 53큐비트 규모의 양자컴퓨터 ‘시커모어’를 개발해 양자컴퓨터가 고전 컴퓨터의 성능을 뛰어넘는 다는 것을 보여준 성과다. 올해 2월 2단계인 ‘양자컴퓨터 오류 정정 코드’ 기술의 가능성을 실험으로 확인하고, 그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1단계를 달성한 지 4년 만의 일이다. 양자 얽힘 현상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과학자들은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양자컴퓨터 개발까지는 갈 길이 멀다. 100여 년 과학사가 ‘과학혁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노벨상 급’ 기초연구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 참고문헌

An atomic-scale multi-qubit platform, Science, 2023.10.05.

Quantum supremacy using a programmable superconducting processor, Nature, 2019.10.23.

The Nobel Prize in Physics 2022, https://www.nobelprize.org/prizes/physics/2022/summary

 

 

글 : 권예슬 과학문화칼럼니스트